[김상진 기자의 포토 르포] 전봇대에 메달려 꿈꾸는 미래
허리케인 ‘힐러리’가 남가주를 덮친 지난 19일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워싱턴 불러바드의 생경한 풍경과 마주했다. 수십 개의 전봇대에 사람들이 매달려 무엇인가를 하고 있었다. 먹구름을 배경으로 실루엣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LA의 유명 기술전문학교인 'LATTC(LA Trade-Technical College)' 의 학생들이다. 학생들은 전기 기술 전공자들이다. 허리케인이 다가오고 있는 중에도 학교 근처에 마련된 훈련장에서 열심히 실습 중이다. 학생들은 전봇대의 전기를 가정집 또는 빌딩 등과 연결하는 기술자인 '라인맨(Lineman)’을 꿈꾸는 이들이다. 전기기술자는 가장 위험한 직종 중 하나다. 전기안전협회(ESFI)에 따르면 한 해 평균 70여 명의 전기기술자가 작업현장에서 사고로 사망한다. 무려 6000여 명이 크고 작은 상처를 입는다. 실습장의 전봇대에는 전기가 흐르지 않지만 혹독한 훈련만이 자신의 목숨을 지킬 수 있다. 학생들이 훈련을 거듭하는 이유다. 학생들은 졸업과 동시에 대부분 취업에 성공한다. 위험한 만큼 임금도 높다. 전기기술자의 평균 연봉은 11만 달러다. 전봇대에서 막 내려온 학생에게 다가가 물었다. “위험한 일인데 두렵지 않으세요?” 앳돼 보이는 라틴계 학생의 답변은 울림이 있었다. “내 직업은 대체불가입니다. (My job is irreplaceable)” 직업에 대한 무한한 자부심이 그 한마디에 꽉 담겨있다. 나,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위해 땀을 흘리는가. 자문해본다. 먹구름 뒤엔 반드시 청명한 하늘이 기다린다. 김상진 사진부장 [email protected]김상진 기자의 포토 르포 전봇대 미래 전기기술자가 작업 라틴계 학생 전기 기술